[한국현상학회] 6월 콜로키움

선생님들 안녕하신지요?

이번 학기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모두 건강하셨길 바랍니다.

한국현상학회는 지난번 독일계 여성 현상학자 에디트 슈타인과 한나 아렌트의 현상학에 이어 이번에는 20세기 프랑스의 두 대표적인 현상학자인 레비나스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먼저 <책임, 세계, 제삼자: 레비나스의 얼굴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실 김헌중 선생님은 파리-소르본 대학교에서 하이데거와 리쾨르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에마뉘엘 레비나스와 찰스 테일러에 대한 논문으로 2021년 파리-낭테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출강 중입니다. 김 선생님이 한국현상학회 데뷔 무대를 레비나스의 얼굴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가지겠다고 하니 무척 기대됩니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세계에서 물러나며(se retirer) 그 물러남으로 세계에 현전하는 얼굴을 통해서 타인은 나에게 윤리적 책임을 부과하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얼굴은 책임의 부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레비나스에게 얼굴은 나와 타인이라는 2인칭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제삼자(tiers)를 동반한다는 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타인과는 또 다른 타자인 제삼자는 얼굴이 어떻게 세계에 현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며, 타인과 나의 비대칭적 관계를 수정(correction)합니다. 김 선생님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이 수정이라고 합니다. 왜 윤리적 관계는 수정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김 선생님의 분석과 답변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김 선생님의 이번 발표는 레비나스의 윤리가 가질 수 있는 의의와 한계뿐만 아니라 최근 프랑스 현상학계의 동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발표는 우리 현상학회의 정보이사로서 적극적으로 활동 중인 한우섭 선생님이 <메를로-퐁티에게서 간접적 의미와 이해: 언어적 살의 가능성과 암묵적 코기토>라는 제목으로 발표합니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현상학으로 2019년 철학 박사학위를 마친 후 2020년부터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한 선생님은 암묵적 코기토를 정당화하지 못한 메를로-퐁티의 한계와 이유를 직시하고, 그의 방식으로 암묵적 코기토를 정당화할 방안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겠다고 합니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서 ‘언어’는 지각 내용에 후차적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의미의 탄생 지대인 신체적 지각 내용을 정당화하는 동기이자, 주체의 지각적 내용을 상호주관적 장으로 이행시키는 사유의 핵으로 기능합니다. 이러한 언어 파악에 있어 ‘암묵적 코기토’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후기 메를로-퐁티를 지배했던 ‘암묵적 코기토’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매우 흥미로울 듯합니다.

발표에 앞서 두 분의 원고를 모든 회원과 공유할 예정이니 꼼꼼하게 읽어오셔서 멋진 대화의 향연을 펼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발표일 전에 이번 학기도 잘 마무리하고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이번 줌 심포지엄을 한껏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