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상학회] 12월 콜로키움

한국현상학회 회원 선생님들께,

올여름 많은 비가 내려서인지 단풍이 여전히 선명한 늦가을에 인사드립니다.

요즘 일교차도 크고 코로나와 독감까지 겹쳐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지난 10월 29일 경희대 문리대에서 가졌던 ‘비판적 담론(critical discourse)으로서의 현상학’을 주제로 한 추계 현상학 학술대회는 세 분의 시의적절한 주제발표에 열띤 토론까지 이어져 참석자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저녁 회식 자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박인철 경희대 문리대 학장님과 우리 학회 성기현 총무이사님의 노력으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해 저녁식사에 함께한 모든 참석자를 고급스러운 중국음식점 ‘샹그라’로 모시고 푸짐한 요리와 고량주로 현상학회 고유의 향연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 임기 마지막 학술행사와 총회를 다가오는 12월 17일 다시금 경희대에서 갖고자 합니다.

이번 주제는 ‘현상학과 양명학’으로 확정했습니다. 사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우리 현상학회 회원 몇 분이 원로 양명학자이자 현상학자이신 서강대 정인재 명예교수님을 모시고 격주로 양명학 강독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요즘도 줌으로 양명학 텍스트를 원문으로 즐겁게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학회 회원 중에서도 현상학과 동양철학을 다년간 깊이 연구하신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정인재 선생님과 강독 모임을 가져왔던 분 중에서 한상연 선생님과 제가 서구현상학의 입장에서 이른바 왕양명의 ‘심성현상학(心性現象學)’의 일단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왕양명의 <전습록(傳習錄)>을 읽어나가며 “사상마련(事上磨鍊)”의 통찰이 양명학과 현상학의 중요한 접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현안 위에서 연마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알고자 하는 주체가 아닌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교육방식인 PBL(Project Based Learning or Problem Based Learning)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라서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21세기에는 넓은 의미의 현상학과 양명학이 시대를 주도하는 담론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학회의 부회장 소임을 전천후로 다해오신 한상연 선생님이 바쁘신 일정에도 <자기의식의 현상학으로서의 양명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저는 <양지와 프로네시스: 프로네시스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을 통해서 본 왕양명의 양지>를 중심으로 제 생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번 학술회의의 사회는 ‘인류세의 한의학’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 학회의 김태우 선생님께서 기꺼이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경희대 한의대에 재직하고 있는 김태우 선생님은 자연과학, 의료인류학, 양명학, 기후변화의 문제를 가로지르며 탁월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학술행사에 이어 총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총회에서는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고 결산보고도 있을 예정이니 많은 분이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학술회의와 총회는 경희대 한의대 신관에 있는 넓은 공간에서 발표자를 제외한 모든 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늦은 가을 모든 선생님 늘 건강하시길 바라고 다가오는 12월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