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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회] 48대 회장 취임사

조회수 : 426

존경하는 한국철학회 회원 여러분

 

2017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한국철학회 48대 회장을 맡게 된 호서대학교 김교빈입니다. 한국철학회는 1953년 초대 회장으로 고형곤선생님을 모시면서 첫 발을 떼었습니다. 이 무렵 국어국문학회, 역사학회가 발족하였으니 인문학의 근간인 문학, 사학, 철학 연구자들 모임의 토대가 모두 이 때 마련된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논리 중심의 사회 변화 속에 인문학이 모두 어려운 상황임을 생각하면 『논어』에 있는 ‘맡은 일은 엄중하고 갈 길은 멀다’는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의 심정입니다. 그러나 『논어』에서는 ‘사람다움을 실천하는 일로 자신의 책임을 삼으니 그 일이 막중하지 않겠으며, 죽은 뒤에라야 그만둘 수 있으니 그 길이 멀지 않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철학이야말로 사람다움을 실현하는 학문이며 사람다움의 실현은 죽음 이후에야 그만둘 일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어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져봅니다. 흔쾌히 함께 일을 나누겠다고 힘을 보태주신 집행부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과 같은 길을 가는 한국철학회 회원 동지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한국철학회 회원 여러분

 

한국의 인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철학의 상황이 어려워진 데에는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이 같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실용과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자본의 논리가 대학에까지 힘을 뻗쳐서 학과의 존립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교양과목마저 대폭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결과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정책과 연구지원정책 등에 변화 조짐이 보여 작은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만 제 자신도 연구자들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학회 안에서도 비정규직교수와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장을 더 넓히려 합니다. 비정규직 교수와 젊은 후속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다음으로 학회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한국 사회와의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학회는 학술 연구자들의 모임이고 따라서 가장 큰 역할은 연구입니다. 물론 존재의 근원이나 삶의 본질 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사회의 요구나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 등도 당연히 철학 연구자들이 짊어질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와의 소통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더욱 성실하게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는 아젠다 발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지난 번 인공지능 문제를 다룬 학술회의가 성황이었던 점을 생각해 본다면 철학적 논의의 주제를 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존경하는 한국철학회 회원 여러분

이런 생각들은 예전에도 선배 학자들이 고민했던 문제이며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 임기 동안 집 한 채를 짓겠다는 욕심보다는 저 멀리 만들어질 든든한 집을 위한 벽돌 한 장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임하려 합니다. 언제나 같은 길을 가는 선후배 동학들의 관심과 조언이 한국철학회의 발전을 만들어가는 핵심 축이라고 믿습니다. 더욱 많은 격려와 질책을 기대하면서 인사에 가름합니다.

 

2017년 6월 1일

48대 한국철학회 회장 김교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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