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국철학회원 여러분!
철학계의 귀감인 원로 선생님들과 희망찬 학문후속세대 여러분!
전국단위 철학회원과 전문분과 철학회원 여러분!
고개 숙여 인사 올립니다.
한국철학회 제 53대 회장이자 사단법인 이사장 정세근입니다.
2023년, 저의 임기 동안 한국철학회는 7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의 철학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해방 이후 근대교육의 체계 속에서도 철학의 역사가 환갑을 넘어 칠순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 또는 ‘일상생활에서 내 곁에 남을 받아들이는 일’이 생명의 역사가 지시하는 방향이자 삶의 엄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사랑하는 사람은 용기가 있다고 했고, 맹자는 그런 용기를 호연지기로 기르라 했습니다. 저는 한국철학회의 일도 그런 사랑의 실천, 용기의 연대, 감정의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40년 전 한국철학회의 한 장면을 기억합니다. 책상마다 재떨이가 놓여있었고, 어떤 원로 선생님은 파이프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리고는 ‘독일어로 읽으면 어떻게 하냐, 희랍어로 읽어야지’라고 젊은 학인을 호통치던 모습을 말입니다. 그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은 원전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궁극적인 원전은 곧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철학은 삶을 온전히 읽어내야 합니다. 삶이 텍스트이고 사람이 텍스트입니다. 육상산이 ‘오경이 모두 나의 주’ 라고 외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일 것입니다. 철학은 이렇게 우리의 삶과 떠날 수 없으며, 우리의 삶은 이렇게 철학과 떠날 수 없습니다. 이런 삶의 자리에서 멍석으로서, 이런 철학의 마당에서 마당쇠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철학자 연합대회’를 대화합의 장으로 성공적으로 이끌겠습니다. 전국 철학회 회장단 모임에서 결정한 바와 같이 2023년에 한국철학회 70주년 기념과 더불어 행사를 진행하겠습니다. 한국철학자의 잔치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상훈 전임회장의 인문사회총연합회 사업, 이중원 전임회장의 과학기술문명과 미래교육 위원회 사업, 김성민 전임회장의 통일인문학 사업, 김양현 차기회장의 철학 대중화 사업과 재정안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이는 철학의 저변 확대와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셋째, 2024년 8월로 예정된 세계철학자 로마대회를 홍보하겠습니다. 2022년에는 세계철학자 대회 준비위원회가 한국철학회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국제학회와 더불어 개최된 바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넷째, 남북철학 및 통일철학 사업을 지속하겠습니다. 이미 논의된 남북철학자 대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철학회가 제13~18대 회장 기간(1974~87년) 동안 편집한 ‘한국철학사’(전3권) 이래 미뤄두고 있는 한국철학사의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다섯째, 2025년 고교학점제 실시와 더불어 철학, 윤리학, 종교학 과목의 위상을 도덕 과목의 부활로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인성과 민주시민 교육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정책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여섯째,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학문 진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우리 철학계의 미래는 젊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을 우리가 하겠습니다.
한국철학계는 전쟁과 폭압을 이겨내고 우뚝 섰습니다. 이제 한국철학계는 생명의 위기, 지구의 위기, 역사의 위기, 학문의 위기 앞에서 다시금 우뚝 설 때입니다.
손을 내밀어 도와주십시오. 해가 지면 밤새워 철학을 공부하고, 해가 뜨면 철학이라는 학문생태계가 건강하게 번창할 수 있도록 애써주십시오. 자기 공부에 바쁘다는 것은 게으른 철학자의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지혜가 젊은 철학자를 비롯해서 온 나라와 온 누리에 퍼질 수 있게 힘써 주십시오.
철학계의 동료, 동지, 동학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성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한국철학회를 말로, 저를 소로 기꺼이 부려주십시오.
2022년 6월 1일
제 53대 한국철학회 회장 정세근 삼감